[성명]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 1년, 환자단체연합회 입장

[성명]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 1, 환자단체연합회 입장


국회는 필수의료 공백방지 법안을 신속히 발의하고, 이미 발의되어 심의 중인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법제화 관련 법안, 환자기본법 제정안을 신속히 통과하라.

 

202426,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해 2025년도부터 의대정원을 매년 2,000명씩 증원해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24219일부터 전공의 약 1만명이 정부의 발표에 항의하며 집단사직을 시작했다. 지난 1년간 사상 초유의 장기간 의료공백이 이어지면서 입원과 검사·수술·항암치료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어 질환이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환자들까지 발생했다. 특히 암·희귀난치성질환 등과 같은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해 큰 피해를 보았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환자들의 피해는 숫자로도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지난 5일 의정갈등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한 작년 2월부터 7월까지 전국 의료기관의 초과 사망자 수가 3136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도 지난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근거로 의료공백 기간인 작년 2월부터 11월까지 47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위암·간암·폐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 6대 암 수술 건수가 전년 대비 16.78% 감소했다고 발표했.

 

의료공백 1년을 맞아 쏟아져나오는 언론 보도에도 생명줄을 붙들고 투병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이 담겨 있다. 지난 217JTBC 보도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모두 931건으로, 이중 상당수가 어린아이와 산모, 만성질환자가 입은 피해와 관련이 있었다. 누적된 의사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전국 주요 대학병원 응급실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12일부터 초응급질환 시술을 제외한 심혈관계 응급환자 진료를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이대목동병원은 일부 시간대 응급실 운영을 축소했으며, 세종충남대병원은 짝수일에는 주간에만 성인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로 지난 1년간 이만큼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현재 우리 의료현장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을 기준으로 기존 수련병원에서 사직했거나 임용을 포기한 레지던트 9,222명 중 5,176(56.1%)이 일반의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 전공의 열 명 중 약 여섯 명이 의료기관에 재취업해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전공의가 빠져나간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여전히 의사를 구하지 못해 검사와 치료·수술 연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팽창하는 개원가,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초대형화, 상업화된 의료환경, 소위 인기과기피과의 양극화 현상, 지역의료 붕괴와 공공의료 부족 그 모든 것이 뒤섞인 결과 우리는 앞으로도 한동안 살릴 수 있는 환자의 목숨을 죽게 내버려 두는 의료현장을 손 놓고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해 613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제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의사를 늘리는 데 있는데, 정부와 의사집단 간 줄다리기 속에서 그런 희망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우리 의료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없이 서로 비난하기에 바빴고, 기피과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책, 지역의료를 살릴 방법, 공공의료 확충 방안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늘어난 의대생들이 향후 환자들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기피과 필수의료나 지역의료·공공의료로 알아서 갈 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1년간 의정갈등 추이를 지켜보며 그때그때 환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제안과 요구를 담아 입장문을 발표해왔다. 중증·응급환자 피해 최소화, 필수의료 공백방지 입법, 미복귀 전공의를 대체할 의사 인력 확충을 통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진료지원인력 양성화를 위한 법제화 등이 그 예다. 출구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1년간의 혼란 속에서, 환자와 국민은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초대형 Big5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여전히 전공의가 없어서 당장 수술을 할 수 없다6개월 뒤, 1년 뒤로 치료와 수술 일정을 잡아 주는 상황이다.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하고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심정으로 치료 일정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이 환자들의 현실이다.

 

이에 환자단체연합회는 다음 네 가지를 국회에 요구한다.

 

첫째, 국회는 의료인 집단행동 시에도 응급실·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만큼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의료 공백방지 법안을 신속히 발의하라.

 

둘째, 국회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의과대학 집단휴직으로 발생한 환자들의 피해보상을 위해 필요한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대표발의: 박주민 의원)을 신속히 통과하라.

 

셋째, 국회는 신속한 입법(대표발의: 김윤, 강선우, 이수진, 김미애, 서명옥, 안상훈 의원)을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해 의정갈등을 해소하라.

 

넷째, 국회는 환자가 진료의 객체나 보건의료행위의 수혜대상이 아닌 보건의료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환자중심의 보건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환자기본법 제정안(대표발의: 남인순 의원)를 신속히 통과하라.

 

2025219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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