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더보이스] [기고] 혈액암 치료환경, 환자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기고] 혈액암 치료환경, 환자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
“매일 재발 걱정 속에 삽니다. 가족도 저도 하루하루 버티는 중입니다.”
“치료제는 있는데, 너무 늦으면 그때는 제 몸이 버텨주지 못할까 봐 두렵습니다.”
최근 한국백혈병환우회 설문에서 들려온 환자들의 목소리이다. 치료제의 급여 결정이 늦어질수록 환자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잃고, 소중한 시간은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낭비된다.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2022년 기준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림프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매년 약 2,500~3,000명이 새로 진단되고 있다.그러나 1차 치료 후에도 10명 중 4명은 재발하거나 불응하고, 조기 재발 시 생존기간은 평균 6개월 내외에 불과하다. 치료의 성패는 약의 효과뿐 아니라 ‘언제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최근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1차 치료제 폴라이비 병용요법과, T세포의 CD3와 B세포의 CD20에 동시에 결합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진 피하주사형 이중특이항체 3차 치료제 엡킨리(성분명: 엡코리타맙)가 모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급여 논의의 출발선에 섰다. 하지만 아직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과 평가는 이어지지 못해, 환자들이 실제 치료 혜택을 체감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걸리고 있다.
특히 CAR-T 치료제 예스카타는 12개월 이내 재발한 환자의 2차 치료에 허가를 받으며 완치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미국과 유럽은 2022년, 일본에서는 2023년부터 2차 치료 단계에서 보험 급여가 적용되어 치료 접근성을 대폭 확대해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치료 시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환자는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가 늦어서 기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지연시키는 일이다. 정부는 ‘수요자 체감형 규제 혁신’을 내세워 신약 허가·급여 절차의 속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환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부족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초고가 치료제의 위험분담제, 성과기반형 계약 등 다양한 제도적 경험을 축적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의 부재가 아니라 적용의 속도와 우선순위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재정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치료는 환자의 시간에 맞춰야 한다. 환자의 시간에 맞춘 제도적 속도가 바로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출처 : 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http://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43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