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 [기고] 리베이트 투아웃제와 환자인권 침해

한국백혈병환우회 0 1,800 2020.06.24 16:13

이은영 사무처장(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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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에서 표적항암제 글리벡으로 치료중인 암환자 심정을 적절하게 표현한 속담을 하나 들라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일거다. 글리벡 치료로 수년 또는 10년 이상 장기 생존하고 있는 약 6천명의 암환자들이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처벌 불똥으로 글리벡을 복제약 또는 대체 신약으로 강제 교체해야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표적항암제 글리벡으로 치료받는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GIST환우회는 4월 17일 오전 10시부터 한국 노바티스 본사 앞에서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복용하는 수천 명의 암환자들에게 피해를 준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를 개최하였다.

글리벡, 리베이트 투아웃제 적용 첫 사례 약제 되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교란하고 보험재정을 낭비하는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글리벡을 포함한 노바티스 사의 18개 의약품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원칙대로 건강보험 적용 정지 행정처분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014년 7월 2일부터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2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대체 의약품이 있는 글리벡을 포함한 노바티스 사의 18개 품목은 원칙적으로 1년 범위 이내의 건강보험 적용 정지 처분을 받게 되어 있다. 불법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위해 시민단체가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한계와 환자 인권 침해

형사처벌이나 행정제재의 대원칙은 위법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하는 것이지 이로 인해 선량한 제3의 사람이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2에 규정되어 있는 건강보험 적용 정지 및 제외 처분은 불법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수단인 것은 분명하나 필연적으로 무고한 다수의 선량한 환자들에게 큰 불편과 피해를 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자유주의 국가에서 귀책사유 없는 환자들에게 항암제와 같은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를 강제적으로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은 생명권, 행복추구권, 자기결정권,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난데없는 글리벡 복제약 효능 논란

글리벡을 복용하는 약 6천명의 암환자들은 글리벡의 건강보험 적용 정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논거가 이해 안 된다. 글리벡 특허기간이 만료된 2013년 6월 13일 이후 이미 수 백 명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글리벡 복제약으로 치료를 잘 받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는 노바티스 사와 정부를 상대로 약가인하 투쟁이 한창이었던 2003년 6월 10일 고가의 글리벡을 복용할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인도에서 글리벡 복제약 ‘비낫’을 자가 치료 목적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었다.

이와 같이 한국백혈병환우회나 한국GIST환우회는 글리벡 복제약이 글리벡 오리지널약보다 효능에 떨어져 치료 상 불이익을 입는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특정 시민단체들이 계속해서 환자단체들로 하여금 해당 글리벡 복용 환자들에게 복제약의 효능과 부작용이 글리벡 오리지널약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안심시켜 복제약을 먹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공개 서신까지 보냈다고 한다. 한마디로,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6000명의 암환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글리벡으로 치료하고 있는 암환자 숫자는 약 6천명이다. 그 중 백혈병 환자의 상당수는 글리벡 복제약보다는 스프라이셀, 타시그나, 슈펙트 등의 2세대 대체 신약으로 변경할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해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되는 부자들이나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들은 글리벡 복제약 보다는 12개월간 매달 130만원~260만원의 약값을 부담하고 글리벡 오리지널약을 복용할 것이다. 그 외 남은 백혈병 환자와 위장관기질종양(GIST) 환자들은 글리벡 복제약을 선택할 것이다.

불안한 환자들은 혹시나 글리벡의 건강보험 적용 정지가 실제 발생할까봐 걱정되어 외래진료에 미리 가서 주치의 교수에게 1년 치 글리벡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글리벡은 원칙적으로 3개월 이상 처방이 되지 않는다.

국회, 리베이트 투아웃제 관련 제도개선 필요

이번 불법 리베이트 제공 노바티스 사의 대체 의약품이 있는 18개 품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정지 행정처분 관련 핵심 논점은 첫째,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수년 또는 10년 이상 복용하며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약 6000명의 귀책사유 없는 암환자들에게 치료약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바꾸게 만드는 것이 환자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와 둘째, 필연적으로 다수의 환자들에게 치료약을 바꾸는 불편과 피해를 주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의 약제 건강보험 적용 정지 및 제외 행정처분이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로 볼 수 있는가이다.

노바티스 사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애꿎은 6천명의 암환자들이 암세포를 이겨내고 수년 또는 10년 이상 부작용 관리를 잘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치료약을 강제로 바꾸게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다. 이는 환자가 원해서 글리벡 복제약이나 대체 신약으로 바꾸어 복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리베이트 제공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 정지 및 제외 처분은 필연적으로 불법행위자가 아닌 해당 약제로 치료받고 있는 다수의 선량한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모순이 있다. 따라서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제도을 신설하거나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을 통해 해당 제약사뿐만 아니라 타 제약사들도 의약품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이로 인해 입는 피해가 훨씬 크게 만드는 제도 개선을 신속히 해야 한다.


[출처 : 데일리팜 (dailypharm@dailyph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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